제주 경마장에서 경주에 출전하기로 했던 말 대신 다른 말이 경기에 나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주마의 색깔도 달랐고, 내장 칩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쳤지만, 마사회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말이 바뀐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제주경마장에서 열린 제2경주 경기.

경주마 10마리가 출전한 가운데 2번마로 나선 ‘가왕신화’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입니다.

[경기 중계 해설]
“2번 가왕신화는 그 뒤쪽에서 3, 4위 싸움, 3번 5번 10번이 4~5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이 경기에서 ‘가왕신화’는 7위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다른 말인 것 뛴 것 같다’는 항의전화가 접수됐습니다.

마사회가 확인해 보니 출전한 말은 ‘가왕신화’가 아닌 ‘아라장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말이 경주에 출전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마사회 관계자]
“가왕신화라는 말이 인기도 있었던 말이거든요. 그 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걸 알아볼 수 있거든요.”

마필관리사와 수의사는 경기 전에 경주마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말 몸속에 있는 마이크로 칩도 확인합니다.

하지만 회색의 가왕신화가 아닌 갈색의 아라장군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말이 바뀐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마사회 내부에서는 지난 4월 마필관리사들의 파업이 시작된 뒤 경주 전에 말 확인을 절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경마장 마필관리사]
“이 말이 맞는지, 그다음 마체 다리가 저는지 안 저는지, 수의사들도 다 확인을 합니다. 이 과정을 축소시키고, 그걸 안 하고…”

마사회는 ‘가왕신화’에 걸린 마권 판매액 3억 1천3백만 원을 전액 환불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하기로 했습니다.

[최만규/한국마사회 제주경마사업처장]
“경마 시행 전반의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경주에 수십억 원이 베팅되는 경기에서 출전마가 바뀌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내부 조사와 감사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