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경마는 다방면에서 기존의 최고 기록을 깨뜨리며 뜨거운 반응으로 해를 마감했다. 2022년 12월 25일 축복받은 성탄절 나카야마(中山)경마장에서 개최된 그랑프리 GⅠ아리마기념(有馬記念)에서 520억엔이라는 마권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이라고 하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숫자를 보이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10년 만에 판매기록을 경신하였다.
그리고 최강의 말(馬)을 가리는 이 그랑프리 레이스에서는 막강한 고마(古馬)들을 제치고 팬 투표 2위, 현장 인기 순위 1위였던 3세 수마(牡馬) 이쿠노익쿠스(Equinox)가 우승상금 4억엔을 챙기면서 현역최고 호스임을 입증했고 더불어 3세 수마인 볼독호스(Boldog Hos)가 2착으로 들어오면서 2019년 출생의 젊은 3세 말(馬)들이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리기도 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부분 경마장이 인원 한정 사전입장 예약제였던 2022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총 입장 고객 수가 279만 명을 넘으면서 전년도 대비 386.2%의 성장을 보였다고 한다. 경마 고객의 입장률이 증가하면 당연히 상승하는 마권의 매상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2021년 대비 5.3% 증가세를 보이며 3조2539억엔 매출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는 해가 되었다. 물론 일본이 온라인 마권 판매를 하고 있어서 가능한 숫자로도 볼 수 있겠지만 매상이니 판매니 하는 숫자를 나열하여 글을 쓰는 것을 본래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일본인들의 경마에 대한 흥미와 애착심은 어디에서부터 나오고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참으로 경이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현황이다.
경마의 연말 결산은 뭐니 뭐니해도 역시 최고라는 수식어의 주인공들이 선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리딩자키는 143승과 함께 31억 5만엔의 상금을 벌어드린 릿토(栗東) 소속의 카와다유가(川田将雅) 기수가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로운 왕좌를 차지했고 자신의 최다승인 59승과 함께 19억 1천만엔의 상금을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임을 각인시킨 릿토 소속의 야하기요시토(矢作芳人) 조교사가 리딩트레이너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마 세계를 이끌어 갈 미래의 주역인 신인 자키상에는 “인마일체(人馬一体)”라는 좌우명을 가지며 연간 50승이라는 기록으로 종횡무진 경마장을 활기 넘치게 달렸던 2003년 출생의 19세 JRA 소속 10번째 여성 기수 이마무라세이나(今村聖奈)가 영광의 신인상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럼 중요한 馬들의 성과는 어떠했을까?
말 관계에 종사하는 기자 투표 단으로 결정된 JRA 2022년 최고의 연도 대표마는 가을 천왕상(秋天皇賞)과 겨울그랑프리 아리마기념(有馬記念)을 우승한 이쿠노익쿠스가 288명 중 282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당하게 선출되었다. 최우수 2세마는 아사히배퓨처리티스텍스(朝日杯Futurity Stakes)를 우승한 돌체모어(Dolce More), 최우수 2세암마(牝馬)는 한신쥬베나일필리(阪神Juvenile Fillies)를 우승한 리버티아일랜드(Liberty Island), 최우수 3세암마는 오카쇼(桜花賞)와 재팬오크스(Japanese Oaks) 클래식 2관을 달성한 스타즈온어스(Stars on Earth) 그리고 최우수 4세마는 봄천황상(春天皇賞)과 여름그랑프리 다카라즈카기념(宝塚記念)을 우승한 타이틀홀더(Titleholder), 최우수 단거리마는 마일챔피언쉽(Mile Championship)을 우승한 세리포스(Serifos), 최우수더트마는 2년연속 페브러리스텍스(FebruaryStakes)를 우승한 카페파라오(Cafe Pharoah), 마지막으로 최우수장해마(最優秀障害馬)는 JRA 사상 GⅠ나카야마그랜드점프 (中山 Grand Jump) 레이스 5연패라는 기록을 세운 11세의 노장마(老將馬) 오주쵸상(Oju Chosan)이 각각 수상하였다. 오주쵸상은 장해물 레이스에서 최우수 타이틀을 5번이나 획득하면서 은퇴를 하였고 태어난 고향 홋카이도에 돌아가 제2의 마생(馬生)인 씨수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 경마를 사랑하는 팬들은 어떠했을까?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할 때부터 일본의 경마 산업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도 특이한 점의 하나였다. 사이게임즈(Cygames)의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ウマ娘プリティーダービー)라는 경주마 육성게임이 젊은 세대를 강타하면서 경마에 흥미를 갖게 된 젊은 팬층이 많아진 것이었다. 실존 일본 경주마들을 미소녀로 의인화시킨 캐릭터들을 직접 트레이너가 되어 육성하는 게임으로 구성되어있는 구조로 실존하던 명마(名馬)들이 등장하면서 게임에 출현하는 말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팬들이 경마의 역사를 찾고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진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위드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일본의 문이 열린 지난해 필자는 경마장 4곳을 방문했었다. 6월 한신, 8월 삿포로, 10월 도쿄, 12월 나카야마경마장을 각각 방문하였는데 코로나 이전에 갔을 때와는 달리 젊은 팬층이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것을 확연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완연하게 달라진 경마장의 분위기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 결과 일본 경마는 증가하는 매상과 함께 경마에 대한 긍정적인 팬심을 얻는데에도 성공을 하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해를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23년은 얼마만큼 더 변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2023년 1월 5일 JRA는 나카야마와 쥬쿄(中京)경마장에서 GⅡ 공식레이스인 각각의 “금배”를 시작으로 1년의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2년 동안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던 교토(京都)경마장이 새 단장을 하고 4월 22일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1등 상금 4억엔의 GⅠ 최고의 레벨을 뽐내던 재팬컵과 아리마기념의 우승상금이 각각 5억엔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가 제대로 덕질을 퍼붓고 있는 53세의 살아있는 전설 다케유타카(武豊) 기수는 1월 8일 GⅢ 신잔기념(シンザン記念)에서 1착을 하면서 37년 연속 중상레이스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개인 통산 4398승으로 4400승까지 남은 2개의 카운트를 남겨놓았다.
하루하루가 기록으로 기억되는 일본 경마의 현실이 어떤 때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일까? 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경마는 도박이 아니라 인마(人馬)가 공동으로 만들어가며 즐거움을 주는 문화 스포츠라는 인식을 경마 관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그리고 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23년 일본 경마는 또 다른 새로운 기록을 계속해서 깨뜨리고 경신할 것이며 그때마다 필자는 부러움과 함께 기쁘고 즐거울 것이다.
“기쁘고 즐거운 것” 그런게 경마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