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기수는 성공할 수 없다? 韓경마 100년 역사 바꾼 김혜선

여성 기수 최초 프리 선언 후
대상경주 우승·300승 달성에
하루 3개 국제교류경주 석권
조교사로 인생 2막 준비 중

지난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이는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환경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유리천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김혜선 기수와 코리안오크스 우승마 제주의하늘.

◆’금녀’ 영역에 도전한 국내외 여성기수들!

경마는 여성의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 중 하나이다.
경마가 태동한 서구에서도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로 인해 여성 기수나 조교사 등이 나오기 어려웠다.
게다가 경마 기수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나 근력이 더 강한 남성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여성기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 켄터키더비 출전 최초의 여성기수 다이앤 크럼프, 1993년 최초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우승 여성기수 줄리 크론 등 금녀의 벽을 허문 여성 개척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1975년 3월에 기수 면허를 받은 이옥례 기수가 최초의 여성 기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본격적인 여성기수의 진출은 2000년대에 와서야 시작됐다.
2001년 데뷔하며 사실상 최초의 한국 여성기수라고 일컬어지는 이금주 기수와 이신영 기수는 여성이 전무한 환경 속에서 남성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며 경마의 여성시대를 열었다.

2017년 코리안오크스 김혜선 기수와 제주의하늘 경기 모습

한국경마 100년 역사 다시 쓰는 김혜선 기수

맏언니들의 노력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 서울, 부경, 제주 경마장에서는 10명 내외의 여성 기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중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여성 기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다.
지난 2009년 데뷔한 김혜선 기수는 남다른 승부욕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2013년 여성 기수 최초 프리 선언, 2017년 여성 최초 대상경주 우승, 2021년 300승 달성, 2022년 하루 3개 국제교류경주 석권 등 어딜 가나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여성 기수에 대한 편견도 함께 깨지고 있다.

특히 그는 2017년 코리안 오크스 대상경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최초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해당 경주에서 단승식 56배, 복승식 475배, 삼복승식 1만7274배의 고액 배당을 터트리며 얼마나 어려운 경주를 승리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김혜선 기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부각되기보다는 그저 기수로 불리며 차별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선 기수는 부산경마 1호 기수부부의 주인공이다.
그는 2019년 6년 후배이자 8살 연하 박재이 기수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3월 3주 현재 최근 1년간 성적을 보면 부경기수 중 다승 7위(40승) 및 승률 7위(11.4%)에 랭크돼 있다.

◆후배들에게 영감 주는 김혜선 기수…그의 도전은 ‘ING’

승승장구하던 김혜선 기수가 지난 2월 초 경주를 마지막으로 경마장에서 사라졌다.

그는 향후 조교사로서 인생 2막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한 달 간 활동을 잠시 중지하고, 조교사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언급한 김혜선 기수는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팬들이나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경마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타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